Month: 5월 2013

자신의 모습보다 향기를 먼저 드러낸 아카시(아)

    동구밖 과수원길 아카시아꽃이 활짝폈네 하얀 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향긋한 꽃냄새가 실바람 타고 솔솔 둘이서 말이없네 얼굴마주보며 쌩긋 아카시아꽃 하얗게 핀 먼 옛날의 과수원길     불과 며칠전이었습니다. 밭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밭이 있는 골짜기를 벗어나고 나니 아카시아 향기가 차 안으로 훅하고 들이쳤습니다.    아카시아 꽃 향기를 맡고나니 머리속에 생각나는 것은 ‘과수원길’ 노래 뿐이고, 입 밖으로 나오는 것도 ‘과수원길’ 뿐이었습니다. 분명히 꽃을 보지 못했지만 그 향기는 아카시아가 분명하더군요.    일을 하러 가던 오전만 하더라도 피지않았던 아카시아 꽃이 한 낮을 보내고 오후에 활짝 피었던 겁니다.    며칠 뒤에 비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효소를 담그리라 맘먹고 있었거든요. 그 길에 쿠바산 유기농 설탕을 주문하고 장독도 깨끗히 씻어 말려두었습니다.    반나절씩 이틀동안 꽃을 땄습니다. 큰 포대자루로 하나정도 땄는데 50리터짜리 장독 두개에 반정도 들어갔습니다. 남은 꽃이 얼마나 아깝고, 아카시아 나무에게 미안하던지요.    빠르면 100일, 제일 좋은 것은 6개월 뒤부터라고 하던군요! 기대됩니다. ^^

농부에게 출산휴가란 없다.

바라밀이 찾아온 지 12주가 되었다. 정확히 따지면 12주는 마지막 생리 시작일을 기준으로 잡은 병원식 계산법이니 바라밀이 수정된 순간부터 따지자면 이제 10주 정도가 되었을 것 같다. 다행이 그동안 입덧은 전혀 없었다. 임신을 했다고 하니 다들 입덧 걱정부터 해주셨는데, 이렇게 수월해도 되는가 싶을 정도로 잘 지나갔다. 채색은 내가 결혼 전에 적극적인 채식을 했던 식습관 덕분인 것 같다고 했다. 시골에 내려온 지금에야 마을 어르신들이 주시는대로 잠자코 다 먹지만, 이전에는 4년 넘게 항생제와 각종 호르몬이 투여된 유제품을 비롯해 안 좋은 음식은 적극적으로 거부하고, 생리대도 면생리대를 직접 만들어 사용해 왔다. 물론 면생리대는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그래도 임신이 온전히 수월한 것만은 아니다. 올해 첫 농사라 몸도 몸이지만, 마음도 굉장히 바쁘다. 바라밀의 존재를 잊고 농사일에 매달려야 할 때가 많다. 지지난 주에는 4일 연속으로 630평 논에 볍씨를 직파했다. 허리를 구부리거나, 쪼그려 앉아 볍씨를 심었다. 친정에서는 걱정스러워 짝은언냐를 파견(^^)했고, 시댁에서도 날마다 걱정어린 전화를 해 주셨다. 나 역시도 ‘임신 초기에 무리하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당장 급한 일이니 함께 매달렸다. 체력이 되었는지 무사히 끝냈다. 그렇게 4일간의 볍씨 직파를 끝내고 한 숨 돌리고 나서도 밭일과 이사갈 집을 수리하는 일은 계속 이어졌다. 물론 힘든 일은 채색이 다 하고 …

우리는 시골이 아니라 다른 세상으로 이사를 간 것이다.

군청에 마을 사람들 모아놓고 “저 친구들에게 특별히 친절하게 대해주세요.”라고 회의라도 한걸까? 군청직원, 면사무소 직원, 마을 이장님, 옆집 아주머니, 건너집 할아버지, 지나가는 할머니… 단 한사람도 친절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대체… 시골에 가면 텃새가 심해서 견디기 힘들거라는 얘길 많이 들었다. 도시문화와 시골문화의 차이 때문에 힘들거라는 건 아직 겪기 전이라서 뭐라 말하기는 힘들지만, 최소한 우리마을에서 텃새를 부리는 사람은 아직까지 못만났다. 만나는 분들마다 “젊은 사람이 와서 좋다마는~”하며 어깨를 툭툭 치며 웃으신다. 더군다나 여든이 넘은 할머니들까지 존댓말을 쓰시고 우리의 인사에 똑같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신다! 오늘은 묵밭을 매던 중에 아랫 논 부부 어르신께서 함께 참을 먹자고 힘껏 부르셨다. 쑥떡과 얼음물을 준비해 오셨다. 우린 우리 먹을 것만 조금 챙겨갔었는데, 그 어르신들은 우리가 있는 걸 알고 우리몫을 바로 전에 오토바이를 타고 집에 가서 챙겨오신 거다. 부끄러워서 쑥떡이 쑥떡쑥떡 넘어가질 않더라. 참을 먹던 와중에 그 아랫논 마을 어르신들이 또 참을 먹으며 이쪽으로 “참 먹으러 와~”하며 부르신다. 가만보니 참을 싸 갈 때는 자기 몫만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충분히 나눠먹을 수 있을만큼 가져가는 것이다. 도시 사람들은 요새 포트럭 파티다 뭐다해서 각자 싸와서 나눠먹는 걸 유행시키고 있는데, 여긴 이미 그런 문화가 깊이 자리잡고 있는 …

벼, 풀을 이길 수 있을까?

직파한지 열흘가량 지난 벼   볍씨가 노출된 부분은 이렇게 자라나 있다.   벼가 자라는 것과 함께 다른 풀들도 쑥쑥 올라오고 있다.   논두렁을 정리하며 파 낸 볍씨. 일주일정도 된 녀석들인데 뿌리가 잎의 몇 배나 길게 뻗어있다.     벼를 직파한지 빠른 것은 열흘, 느린 것은 일주일이 지났다. 참 고맙게도 대부분의 볍씨들이 싹을 틔우고 막 올라오고 있다. 큰 것은 2~3cm 정도에 이른다.   문제는 볍씨가 이만큼 자랄 동안에 다른 풀들은 키가 더 컸다는 점이다. 벼가 이 풀들보다 먼저 자라 양지를 선점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만약 풀들이 먼저 자라 벼에게 그늘을 드리운다면 큰 문제다. (우리가 굶으면 큰 문제 아닌가?)   뭉텅이 점파한 볍씨가 풀보다 빨리 올라온다는 얘길 믿고서 기다려봐야겠다. 한뼘정도 자라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물을 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