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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직파 대실패

작물 중에 우리가 가장 많이 먹는 것이 아마 쌀이고 그 다음이 고추일 것 같다. 벼농사를 가장 많이 짓고 있고, 그 다음이 고추농사 같으니까. 상에서 보이는 것도 똑같다. 그만큼 신경을 많이 써야하는 작물이다. 꼭 필요하니까. 작년에는 포트에다가 시도 했었는데 나름 싹을 틔우긴 했었다. 텃밭에다 서너포기 심었는데 기형 고추만 열린 채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돌아갔다. 그걸 거울삼아 올해는 시도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한걸음 더 나갔다. 올해는 밭에다가 직접 씨앗을 심었다. 심지어 퇴비도 거의 주지 않았다. 혹시나 고추 싹을 못알아볼까 못쓰는 포트를 잘라서 땅에 꽂아두었다. 포트를 꽂지 않은 곳에서도 올라오지 않았고, 꽂은 자리에서도 올라오지 않았다. 절망적이었다. 보통 3주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싹이 튼다고 했으니 싹이 안올라온 것이 틀림없다. 비에 쓸려갔거나, 개미가 먹었다 해도 분명 300개의 씨앗 중 몇 개는 싹을 틔우지 않았을까? 하나도 없었다! 4주 정도 지났을 시점에 절망적인 마음으로 마냥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다. 한 날 가보니 맷돼지가 밭을 다 뒤집어놓고 간거다. 여기저기 다 헤집고 갔는데 고추 씨앗을 뿌린 곳도 뒤집어놓고 갔다. ‘잘됐다! 내가 잘못한게 아니라 맷돼지가 다 뒤집어놓고 갔기 때문에 싹이 안트는 거야’라고 생각했다. 아마 싹이 났더라도 맷돼지 때문에 안됐을거다. 고추농사는 반드시 지어야 한다. 내년에는 포트에다가 꼭 키워야겠다. …

고추 직파하기

고추 씨앗을 결국 직파했습니다. 다 같은 방식으로 한 건 아니구요. 어떤건 땅 위에다 씨를 뿌리고 흙으로 살짝 덮었고, 어떤건 밑둥이 잘린 포트를 땅에다 박은 뒤 그 안에다 씨를 심었습니다. 작년 고추씨를 그냥 땅에다가 심었다가 싹이 났는지 어떤지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다른 풀들이 많이 자라버려 고추싹을 구분 못하는 불쌍사가 일어났었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다 밀어버렸었죠. 올해는 조금 더 신중했습니다. 나눔받은 고추씨앗(안질뱅이 고추, 수비초, 칠성초)이 모두 구하기 힘든 토종인데다 각 100립씩 밖에 안됐습니다. 이런 상황이면 거름기 있는 상토를 구해다가 포트에 심어 안전하게 가는게 맞지만, 그렇게 가는게 맞는거 같은데, 뭔지 모르게 마음에서는 직파를 하자는 의견이 강했습니다. 예전에는 다 직파를 했었고, 이 씨앗은 예부터 이어져 온 것들이라 잘 클거라 생각한겁니다. 직파하는 시기는 영양군 농업기술센터 자료와 안철환 선생님의 책을 참고했습니다. 농업기술센터에서는 여러날을 골라 각각 얼마나 크는지 연구를 한 결과 3월 27일 경이 가장 적합하다고 했습니다. 안철환 선생님의 책에서는 청명(4월 5일)가량이 좋은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사이인 4월 3일(실은 4월 1일에 심으려고 했으나-.-)에 심었습니다. 싹이 트는데는 보름이상 걸린다고 합니다. 마침 고추를 심은 오늘 비가 와주어 발아는 잘 될 것 같기도 하고, 쓸려서 어디 구석에서 싹을 틔울 것 같기도 한데, 조마조마 …

직파했던 볍씨 쌀알이 열렸어요!

어느샌가 쌀알이 불쑥 올라왔다.  한 뭉텅이에서 몇 줄 씩 된다.  봄에 풀을 잡아준 곳만 이렇게 남겨뒀다.  뭐라고 표현해야될지 모르겠네요. 온갖 풀들과 함께 자라 제대로 성장도 못하고 심는 방법도 다른 밭들과 다르게 해서 속으로는 ‘올해는 그냥 포기다’하고 있었는데, 기적적으로 그 벼에서 쌀알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설명을 해야할 것 같은데요. 일반적인 벼농사는 논 한쪽에서 모를 키워 이앙기로 벼를 심습니다. 그 전에 퇴비를 잔뜩 뿌리고 트랙터로 논을 갈아엎고, 평평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저희 논은 이런 방식에서 살짝 벗어나 ‘직파’라는 걸 시도해봤습니다. 즉, 볍씨를 논에다 바로 뿌리는 겁니다.  이렇게 한 건 기존방식이 썩 내키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기계를 쓰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 가장 걸렸습니다. 땅을 갈아엎고 평평하기 위해 트랙터를 써야하는데, 이 거대한 기계가 논에 들어가면 땅도 딱딱해지고, 또 기계가 없는 우리에겐 늘 이 기계에 의지하게 되니 처음부터 쓰지 않는 것이 좋겠다 생각했던 겁니다.  환경적인 얘기를 또 하자면, 식물에 의해 고정돼 있던 땅 속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가 땅을 갈며 공기중으로 나오게 된답니다. 그러니까 트랙터의 사용으로 1차 환경오염, 땅 속을 뒤집음으로써 2차 환경오염 이렇게 되는 거죠. 아무튼 스스로의 힘으로 다 하고 싶은 욕심이었습니다. 최대한 자연에 가깝게 농사를 짓고 싶었습니다. 문제는 작년까지는 이 논에서 늘 기계를 써 왔으므로 작년 …

벼 잎에 맺힌 이슬이 절망의 눈물은 아니길 바랐다.

아침 이슬이 맺힌 벼 오백원짜리 동전보다 더 큰 줄무늬 거미! 곤충들을 놀래키려고 그러는지 거꾸로 뙇 매달려 있다. 벼 잎에 매달려 있는 이슬 풀들과 너무 촘촘히 섞여있어 많은 벼들을 눈물을 흘리며 베어냈지만, 그래도 남은 벼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5월 초에 직파하고 나서 벼는 많이도 자랐다. 쌀알의 속에서 어떤 마법이 일어났는지 지금은 내 무릎 위를 스칠 정도다.  살아남은 벼는 극히 소수다. 1/3정도 남긴다며 예초기를 들고 덤볐지만 무리였다. 물을 어찌나 머금고 있는지 내 발을 질겅질겅 삼키며 중심을 흐트려놓았다. 아직도 실체를 파악하지 못한 다양한 풀들은 살아남기 위해 벼 가까이 바싹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볍씨를 한 구멍에 스무알에서 서른알까지 넣었는데도 불구하고 풀씨들은 그보다도 더 촘촘히 싹을 틔운 것 같았다. 이전 농사까지 그런 풀씨들이 어떻게 싹을 틔우지 않고 잠자코 있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쟁기질과 써래질을 통해 수평을 맞추고 물을 채워 풀씨가 올라오지 못하게 한 기술, 즉 논 농사의 기술은 최첨단이라 할만하다. 논에 자란 풀들을 정리하겠다고 나섰지만 결국 사진만 찍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내년에는, 아니 올해 가을부터 열심히 준비해 내년 논농사는 꼭 성공할 거라고 다짐하면서. 꼭, 꼭, 꼭.  벼 잎에 맺힌 이슬이 절망의 눈물은 아니길 바랐다. 

풀들에 점령당한 우리 논, 소소한 깨달음

풀들이 점령한 우리논. 이제는 벼가 어느 것인지 분간이 잘 가지 않는다. 김을 매었다. 물찬 논에서 허리숙여 김을 매는 일은 쉬운일은 아니다. 두어시간 해봐야 고작 이정도. (사진 각도 때문에 많이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1/30도 안됨) 그래도 김을 맨 벼들은 잘 자랄 것 같다. 논에 풀들이 무지하게 많이 올라왔다. 예상?했던대로다.  며칠동안 논에 풀을 매 줬다. 벼들이 나름 잘 올라왔지만 ‘잡초’들은 훨씬 잘 올라왔다. 벼의 양에 비해 최소 대여섯배나 되는 풀을 일일이 뽑아주어야 한다. 물찬 논에서 허리를 숙여 풀을 뽑는 일은 여간 허리가 아픈게 아니다. 몇시간을 해도 잘 표시도 안난다.  자연에 가깝게 농사를 짓는다며 했던 행동들이 조금은 후회스러웠다. 우린 처음부터 기계를 쓰지 않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땅이 울퉁불퉁했고, 처음부터 논을 마른상태로 두었다. 이는 ‘잡초’가 아주 잘 자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준 것으로 자연식물과 작물의 차이점을 잘못 이해한데서 왔다. 벼는 인간에 의해서 길러져 온 대표적인 작물이다. 수천년간 벼 씨앗은 인간의 의지에 의해 골라지고 심어지고 돌봐졌다. 자연에 의해 선택되고 단련되고 적응된 자연식물이 겪어온 세월하곤 비교할 수도 없는 어마어마한 차이다. 벼는 ‘자연식물’에 비해 연약하기 짝이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예전에는 작물이나 그냥 들풀이나 똑같이 식물인데 뭐가 다르겠나 생각했다. 그래서 ‘자연농법’같은 말에 훅 했고, 벼도 …